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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성명서 ◆ "미안하다"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도 하기 어려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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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86회   작성일Date 22-09-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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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하다”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도 하기 어려웠나요? 

     

     

    KBS1라디오에서 최근 진행하는 캠페인이 있다.

     

    "당신과 대한민국의 기억, KBS가 기록합니다"라는 이 기획은 4.3 같은 현대사의 거대 사건부터 개인에 의해 이뤄진 갑질 피해까지 많은 약자들의 아픔을 기록하고 방송하고 있다. 최근엔 정연주 전 KBS사장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1년 전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주민에게 갑질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던 최희석 씨의 사연을 전했다. 쥐꼬리 만한 권력이라도 있거나, 혹은 권력이 뒷배를  봐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소인배들에 의해 약자들이 당하는 고통을 대변하면서 아나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최희석씨의 가족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 뿐 입니다. 가해자는 미안하다는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도 어려운 가 봅니다."

     

    그런데 1라디오에서 그토록 감성적으로 벌이는 이 캠페인을 들으면서 쪽팔림과 구역질을 느낀 분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들이 누군가를 핍박하고 괴롭혀놓고도밖으로는 마치 자신들이 약자이고 피해자인 것처럼 가장하는 천인공노할 정신세계를 가진 분들이 많다마치 평소 약자를 보호하는 척 하면서 형제복지원의 만행을 저질렀던 박인근이나위안부 할머니를 지원한다고 선전하며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 윤미향 같은 사례는 널리고 널려있다.

     

    그리고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우리는 지난 주 대통령 문재인을 상대로 해임무효소송을 제기하고 3년 만에 승소한 前 KBS 이사 강규형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2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1심판결의 판단을 모두 인용하고, 1심 이후 추가적으로 제기된 주장에 대해서도 강규형의 주장을 인용했다.

     

    누가 보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이 당시 KBS와 대통령이 "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당시 정권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었던 자들이 저질렀던 만행을 지난 주 일부 소개했었다. 사실 강규형에게 가해진 만행은 중세시대 마녀사냥이나, 모택동에 의해 조종된 홍위병들의 만행과 비교해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정상적인 현대인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시대착오적 범죄행위와 다름없다.

     

    강규형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당시 언론노조원들이 "학교로 집으로 들이닥쳤"고 "강의실로 쫓아오"기도 했다. 또 "KBS(민노총)노조가 학생들의 교내 집회에 참여해 나(강규형)를 비방했"고 "우리(강규형)집 앞에 잠복해 가족들이 왔다 갔다 하는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다고 한다.

     

    강규형은 그들이 (가족들의 사진을)"출력해 레스토랑이나 카페 같은 곳에 보여주고나 말고 가족들이 카드 사용한 것 없는지 물어보고 다녔다"고 전하기도 한다.  또 "언론노조원인 KBS 기자들이 이야기 하자고 와서 만났는데강의실 밖에 몰래 카메라 설치하고 녹음기를 옷 안에 숨긴 일까지 있었다"고 전한다.

     

    강규형의 이 같은 증언은 다름 아닌 본부노조가 자랑스럽게 발행한 기록물을 통해서 증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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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만행은 강규형 뿐 아니라 당시 그들이 몰아내고 싶어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집요하게 자행됐는데, 예를 들어 당시 사장 고대영의 자택까지 몰려가 시위를 하면서 공개적으로 동네에서 망신을 주고 사실상 인격을 매장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정상적인 사고가 있다면 그런 행위를 생각조차 하기 힘들고, 또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오히려 그런 행위가 자랑스러웠는지 대명천지에 그들의 행위를 공표하고 자랑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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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을 보면 <한나 아렌트>가 쓴 명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독일 나치스 친위대 중령, 국가안보경찰본부 유대인 담당과장)에서 규정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 다시금 떠오른다.

     

    평범한 한 개인들이 나치라는 집단 속에서 유태인 대학살이라는 만행에 큰 거리낌 없이 참여하고, 개개인은 착한 학생들이었을 홍위병들이 마치 전투 기계처럼 목표를 설정해 권력의 보호막 밖으로 밀려난 개인들을 가차 없이 공격하듯, 2017년 KBS의 아이히만과 KBS의 홍위병들은 거침이 없었다.

     

    그렇게 동원됐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됐던가?

     

    과거 아이히만들이 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몰락하고, 아이히만 본인은 예루살렘으로 잡혀가 전범재판을 받듯, 홍위병들이 파괴한 사회, 문화, 교육 시스템 속에서 스스로 몰락한 세대로 떨어지듯, 과거 정권에 유착된 자들의 선동을 받은 젊은 직원들은 지금 망가진 회사의 시스템에 신음하고 있다. 그들 자신과 회사의 미래 역시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타격을 받은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고통을 당한 사람들은 역시 강규형을 포함한 당시의 피해자들이다. 강규형이 증언하는 것처럼 그는 4년 동안 처음에는 집단 린치에 고통 받고, 이후는 소송을 하느라 경제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자신의 모든 것이 파괴되는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강규형의 증언을 보면 2심 판결이 나고 자신을 괴롭히던 직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왔다고 한다.

     

    "원하시던 결과 받으셔서 다행입니다. 저는 늘 제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4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그만 과거로 흘려보내셨으면 합니다"

     

    아파트 주민이라는 알량한 권력을 믿고 갑질을 하다 누군가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았던 어떤 작은 아이히만처럼 그도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많은 소송이 남아있지만아마도 강규형 역시 "오직 하나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망가진 KBS, 일주일이 멀다하고 날아오는 사법부의 판단들을 보면서 도대체 아직도 모르겠는가?

     

    그대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미안하다"는 그 말 한 마디.

     

    그게 그렇게도 꺼내기가 어려운 말인가?

     

     

    2021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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