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성명서 ◆ "국민의 방송, 국민이 뽑는 사장?"...국민을 팔아먹는 분들이 말하는 국민은 진정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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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팔아먹는 분들이
말하는 국민들은 진정 누구일까?
다시 KBS 사장과 이사를 뽑는 시기가 오는 모양이다. 또 국민 타령을 하고 국민을 팔아먹는 목소리가 진동한다.
민주노총 산하 KBS본부노조는 "KBS MBC EBS 연합뉴스 사장, 국민이 뽑읍시다!" 라면서 국회 앞 등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고,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시기 부동산 투자로 대박을 터트린 흑석 김의겸 선생은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영언론의 경우 정부가 완전히 손을 떼고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승동을 사장으로 앉히는 쇼를 할 때 "시민이 뽑은 사장" 이라고 그렇게 자랑질을 해대고, 그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모른 척을 하더니, 이번에는 국민 타령이다. 그것도 언론노조와 범 민주당 계열의 의원들 그리고 친 정권 시민단체들이 마치 같은 신호에 움직이듯 선전활동에 나서고 있다.
➀ 이들이 말하는 국민은 누구일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직접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이들은 마치 국회로 대표되는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이 어떤 사회악이라도 되는 것처럼 몰아가면서 '시민' 혹은 '국민' 이라는 코드를 강조한다.
이들은 현대 민주주의의 실체라고 할 수 있는 대의민주주의는 실질적인 국민의 이익을 대표하지 않으면서 어떤 권력자의 의지에 의해 언제든지 국민의 이익이 희생될 수 있는 시스템인 것처럼 말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마치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나 그와 유사한 시스템만이 '시민' 혹은 '국민'의 이익을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개개인의 의사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이 시대야말로 그런 직접 민주주의를 다시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시기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이 분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마도 이른바 고대 그리스의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고등학교 사탐 시간에 피상적으로 배운 정도로 머물러 있거나, 혹은 이른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환상 같은 것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직접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분들이 그토록 찬양하는 고대 그리스의 실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이 분들이 그리스 직접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민중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라기보다는, 대표자들이 발의를 하고 민회(民會)가 승인을 하는 구조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런 민회가 갈대처럼 이 정파 저 정파에 휘둘리면서 수도 없이 앞뒤가 안 맞는 결정을 내리고, 자기 부정과 자기모순의 결정을 내렸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리스 직접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페리클레스 시대도 사실은 포퓰리즘에 쩔어 있었고, 민주주의를 가장한 페리클레스 1인 독재와 다름없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는 여기서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폄하하거나, 민주주의의 약점을 과장할 생각도 없다. 민주주의는 모든 정체 중에서 그나마 가장 덜 나쁜 정체지만, 너무나도 취약한 정체이기도 하다.
➁ 인류는 그런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를 만들어왔고, 그 가운데 하나가 <대의민주주의 시스템> 이라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도 절대로 완벽하지 않으며, 그래서 또 나름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물론 그 어떤 보완책이 있더라도 시민이나 국민 개개인이 자기 책임을 다 하지 않고, 용기가 없다면 직접민주주의든 대의민주주의든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선거로 당선된 히틀러나, 인민의 지지 속에 수립된 북한과 중국 정권의 현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식으로 민주주의를 망친 자들이 사실은 가장 적극적으로 '인민' '국민' '시민'을 팔아먹은 자들이었다는 것 역시 보이지 않는가?
만약 모든 것을 국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직접 민주주의이고 그것이 정의롭다고 생각한다면 나폴레옹 3세와 전두환 등 독재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 가장 즐겨 써먹었던 수법이 국민투표라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➂ '국민'이 뭔가를 한다는 말은 그럴 듯하다. 이상적이고 정의로워 보인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실체는 없으며, 사실은 누군가의 어떤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정의로워지기를 포기해야 하는가? 그렇지는 안다고 본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투명성> <전문성> <책임성> <지역대표성> 의 조건이다.
겉으로는 '시민'이 뽑는다고 뻥을 쳐놓고, 실제로 점수가 어떻게 부여됐는지 무슨 근거로 양승동이 뽑혔는지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는 것은 전혀 투명하다고 볼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무슨 근거로 추천을 하는지도 모르는 국민위원회가 역시 어떤 정치적 배경을 가진 자인지도 모르는 이사 후보들을 선임하고, 그들이 특별다수제를 한다고 그것이 투명하다고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KBS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 다른 직종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판에, 어떤 기준으로 뽑힌 지도 모르는 시민 평가단이, 어떤 사람이 KBS 사장 노릇을 잘 할 것이라고 뽑는 행위는 전혀 전문성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 없다. 정필모의 사장 선임안이라는 것 역시 그런 면에서 전혀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경영은 전대미문의 규모로 망가지고, 공정성은 쌍팔년 급으로 타락하고, 심지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300만원 벌금을 받은 잡범을 사장에 앉히고도 아무 사과도 해명도 사퇴 같은 의미 있는 행동도 없는 KBS본부노조와 이사회의 행위는 책임성이라고는 1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도 저렇게 뺀질거리면서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온갖 부조리를 나몰라라 하는데, 정필모의 안이나 KBS본부노조가 주장하는 바에 그런 책임성이 있을 턱이 있겠는가?
➃ KBS본부노조는 우리가 대안도 없이 어깃장만 놓고 있다면서 불평을 한다. 웃기는 소리다. 우리는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KBS본부노조처럼 정권 바뀌자마자 입을 싹 씻고 특별다수제를 버리고 기존의 제도에서 야바위 치듯 양승동을 뽑을 정도로 얼굴이 두껍지 않다.
우리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특별다수제를 채택하면서, 동시에 위에서 제시한 4가지 조건, 즉 <투명성> <전문성> <책임성> <지역대표성> 을 관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집권당과 야당에서 추천기능을 행사하더라도 특별다수제와 4가지 조건이 충분하게 충족될 경우 현재보다 확실하게 개선된 사장 선임절차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사실상 어떤 '시민'들을 중간에 내세워서 무슨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자고 하는 것을 보면 언론노조의 주장이 직접 민주주의의 이상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언론노조는 마치 현재의 정당들은 모두 악이고, 외부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는 모두 정의로운 집단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윤미향 남인순 등을 대표로 하는 이른바 시민단체들이 집권당의 전위조직의 역할을 하면서 사실상 한통속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 마당에, 정필모의 안 등은 '국민' '시민'이라고 쓰고 '시민단체'라고 읽을 수밖에 없는 자들에게 사실상 KBS 사장을 맡기자는 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또한 각 정당이 외부의 시민단체를 설립하거나 동원하는 경쟁만 불러일으키거나, 기존에 외부 시민단체의 저변이 넓은 정당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 뿐이다.
어떤 요구나 제안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그 요구나 제안을 통한 결과가 자신보다는 국가나 공동체 전반에 어떤 개선을 가져옴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정필모와 언론노조의 주장이 사실상 시민단체 등을 통해 항구적으로 KBS를 현 집권 정파가 영구 장악하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도, 자신들 주장의 진정성을 알아달라는 식으로 징징대는 것은 하품만 유발한다.
제발 부탁이다. 겉이 빤히 드러나는 짓은 그만 하기 바란다.
속 들여다보이는 '국민' 팔아먹는 행위 중단하고, 기존 정필모 안 등을 근본적으로 폐기하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를 시작한다면 우리도 언론노조를 포함한 누구와도 얼마든지 공통된 사장 선임안 제안을 만들어갈 용의가 있다.
KBS노동조합은 1차로 6월 임시국회까지 <분권형 KBS이사 선임제도화>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투쟁을 벌일 계획임을 밝힌다.
2021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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