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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성명서 ▣ 교향악단에 대한 인간적 오해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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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04회   작성일Date 22-09-16 16:19

    본문

    1. 교향악단에 대한 ‘너무나 인간적인’ 오해에 대해

      

    교향악단 사태의 본질은 이미 노사협의회 석상에서 김인규 사장도 인정했듯이 ‘신입단원 충원은 언감생심이고 5년 6개월 동안 상임지휘자 조차 두지 않았던 경영진의 직무유기’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단원들의 동의하에 오디션을 거쳐 동료들이 ‘퇴출’되는 아픔이 지속적으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엔 마치 오디션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철밥통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으로 종착역에 도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단원과 조합집행부, 그리고 경영진 사이에 소통을 책임졌던 당사자가 금년 봄 해촉이 되는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향악단은 ‘법인화’를 반대하는 귀족집단으로 사갈시합니다. 사태의 지근거리에 없는 이유로 그 전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대다수 KBS 구성원들에게는 최근의 논란과 공방들이 복잡하기만 합니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이 아웃소싱을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을 잠시 제쳐두고, 평범한 KBS 동료들의 입장에서 교향악단에 대해 그간 금기시됐던 얘기들까지 가감없이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는 교향악단의 아웃소싱과는 별개로 말없는 대다수 단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최우선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단원들은 무엇보다도 KBS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이 마음 아픕니다. 

      

    모든 평범한 사람은 생각과 표현 방법이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생각과 표현 모두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전제만을 수용한다면 이해의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밉든 곱든 그 사람이 내 형제, 혹은 부모나 자식일 수 있다는 전제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들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오해들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이 시도에 대해 교향악단 조합원 동지들은 물론이고 KBS 동료여러분들의 이해와 아량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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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향악단 단원들은 조직도 위아래도 없는 안하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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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대표적인 편견입니다. 한 단원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은 퇴직한 일부 선배들이 또는 일부 동료가 연주 녹화 과정에서 혹은 출장지에서 했던 다른 KBS 동료들 앞에서 했던 고압적인 언사들이 너무나 뿌리 깊게 KBS 동료들에게 박혀있어서 마음 아픕니다.’ 

      

    우리 단원들의 구성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저마다의 개인 악기가 모두 다르듯이 가정환경도 천차만별이고 음악을 시작한 이유역시 제각각입니다. 어떤 동료는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음악을 시작했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급여가 몇 개월 미뤄져 지금은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서 근근이 생활하기도 합니다. 대다수 동료들은 KBS 교향악단 월급이 전부입니다. 허가된 시간강사는 시급 25,000원이 대다수입니다. 실제! 그렇습니다! 

    그러나 단원들이 어떤 환경에 어떤 악기를 하든 모두가 무조건 몰입해서 꼭 함께 맞춰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연주입니다. 아무리 난다 긴다 하는 연주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KBS 교향악단 특유의 정조와 연주기풍이 있습니다. 이것이 KBS 교향악단의 존재 이유의 핵심이 됩니다. 거기에 빨리 맞추지 못하는 연주자는 곧바로 귀에 거슬리고 불필요한(?) 존재가 됩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객원연주자들이 1/3가까이 되는 것은 매우 기형적이고 교향악단의 전체적 역량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여기에서 매우 특별한 문제점이 출발합니다. 

    연주라는 것이 워낙에 고도의 집중이 요구되고 하모니를 맞추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므로 개인적 의견은 가급적 자제하게 되고 연주회를 앞둔 연습 두세시간만 해도 진이 빠지게 됩니다. 이렇다보니 연주 이외의 잡다한(?) 사내 문제와 정치적 술수로 접근하는 자들에 대해 대다수 단원들이 상대적으로 순진합니다. 작은 일에 감정적으로 격해지기도 하는 단원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교향악단은 6년 가까이 실력을 바탕으로 단원들을 통합하고 때론 채찍질도 할 수 있는 상임지휘자 없이 덜커덩 거리며 사실상 방치되어 왔으며 연주회 마다 객원연주자들로 ‘땜빵’해가며 단원들의 위기의식 하나만으로 서로를 위로해가면서 근근이 교향악단을 지켜왔던 것입니다.(함신익 지휘자에 대한 얘기는 차후에 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이런 위기의식은 내부적으로만 쌓여 있었지 아무도 해결을 해주지 않았을 뿐 더러 단원들도 조합이나 경영진에게 강하게 주장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연주회 하나 녹화 하나 막기가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돌발적으로 혹은 일부 단원들의 성깔 때문에 언사들이 KBS 동료들에게 다소 ‘조직 논리’에 맞지 않거나 무리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 속내는 사실 KBS에서 교향악단이 ‘미운 오리 새끼’라는 입니다. 또한 조용한 다수의 단원들은 그런 언사들을 제지하기 보다는 그나마 ‘존재감’을 드러내는 해프닝 정도로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흘러 함신익 사태가 촉발되었고, 교향악단은 실력이 없어 오디션도 안보는 집단으로 매도되고, 경쟁하기 싫어서 법인화가 싫은 게으른 집단으로 호도됐습니다. 

      

    지난 8월 23일, 입사한지 얼마 안 된 한 젊은 여성 단원이 이사회 저지를 하다가 청경과 몸싸움을 했습니다. 힘들어서 소리를,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녀를 힘들게 하고 눈물 나게 하는 것은 몸싸움하는 자신을 한심스러운 듯 쳐다보는 KBS 동료 선배들의 시선이었습니다. 그녀는 조합 사무실로 돌아와서 한참동안 고개를 파묻고 울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싸움을 하는 동안 단원 선배들도 그동안 KBS 동료들과 너무 멀어져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단원들이 매일 밤 모여 앞으로 우리가 교향악단 사태가 정상화되면 KBS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도 합니다. 그런데 너무 막막하고 무서워요”

      

    KBS에 있는 구성원들이 교향악단에 갖는 오해들은 사실 인간적인 오해입니다. 몇몇 단발적인 인상비평에서부터 사측의 여론공작(!)에 쉽사리 설득되는 것까지 모두 너무나 인간적인 오해들입니다. 또한 그 오해들은 교향악단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단원들의 즉자적 대응도 문제였고, 교향악단 단원 개개인과 소통을 잘하지 못한 조합의 책임도 무엇보다 큽니다. 

      

    글이라는 것이 한계도 뚜렷하고 빈틈도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눈빛 몸짓 교환없이 교향악단의 무수한 문제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KBS 구성원들과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하나 하나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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