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성명서 ◆ “편성위원회 장악 시도는 세계 민주주의가 경고해온 위험한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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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위원회 장악 시도는 세계 민주주의가 경고해온 위험한 신호다”
KBS노동조합은 최근 강행되고 있는 편성위원회 관련 시행규칙 개정과 졸속 제도 개편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번 편성위원회 사태는 단순한 내부 운영 문제나 제도 정비 수준의 사안이 아니다. 이는 공영방송의 편성과 보도 구조에 정치권력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이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반복돼 온 ‘언론 장악’의 전형적 초기 단계와 매우 닮았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공영방송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며 국제사회가 이미 수차례 경험한 민주주의 후퇴 사례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헝가리는 오르반 정부 출범 이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과 언론기관 통합을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이를 ‘공영방송 정상화’와 ‘공정성 강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비판 보도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공영방송은 사실상 친정부 메시지를 반복 전달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현재 헝가리는 유럽연합 내부에서도 언론 자유 후퇴 국가로 반복 지적되고 있다.
폴란드 역시 공영방송 인사와 편성 구조를 둘러싼 정치권 개입 논란이 이어지며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경영진과 보도 체계가 흔들리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 신뢰 자체가 크게 무너졌다.
터키에서는 정부 비판 언론에 대한 통제와 구조 개편 이후 수많은 언론인이 해직되거나 체포됐고, 자기검열이 일상화됐다. 홍콩 역시 정치권력이 언론 구조에 개입하기 시작한 이후 독립 언론이 폐간되고 언론 자유가 급속히 위축됐다.
이들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에는 모두 ‘제도 개선’, ‘공정성 회복’,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치권력이 공영방송의 편성 구조와 의사결정 시스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는 순간, 언론 자유의 후퇴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됐다.
지금 대한민국 KBS에서 벌어지는 편성위원회 사태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현업 언론인들과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속도전식으로 제도를 밀어붙이고, 특정 방향으로 종사자 대표 구조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편성 자율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공영방송의 편성 독립성은 단순한 조직 권한 문제가 아니다. 편성 구조가 정치 논리와 이념 대립 속에 흔들리는 순간 공영방송은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권력의 방송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
KBS는 특정 정권의 방송이 아니다.
특정 노조나 특정 이념 세력의 방송도 아니다.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그렇기에 KBS노동조합은 이번 편성위원회 사태를 단순한 노사 문제로 보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다. KBS노동조합은 국제사회와 세계 언론단체,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지키는 모든 시민에게 대한민국 공영방송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봐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권력이 언론 구조를 바꾸기 시작하는 순간,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었고, 마지막에 무너지는 것은 민주주의다.
KBS노동조합은 어떠한 정치적 압박과 이념적 개입에도 굴하지 않고 공영방송의 편성 독립성과 언론 자유, 국민의 알 권리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다.
2026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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